[Coverage] 호텔아트페어...젊은 작가·대중 소통의 장소돼야 <세계일보>
‘호텔아트페어’ 투기성 컬렉션 지양 젊은 작가·대중 소통의 장소돼야

<세계일보>  2011.08.22 (월)  편완식 선임기자

개성없이 규모만 확장 형식 반성
도어즈 아트페어·‘아트:광주:11’ 등
새롭게 ‘특화’하려는 움직임 고무적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최근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각종 아트페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떤 작품이 나올까 하는 설렘은 사라지고 기존 갤러리 작가들의 작품이 ‘재고떨이’식으로 나오다 보니 컬렉터들은 식상해 하고 있다. 미술시장이 어려워 지면서 이런 양상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차별화를 선언했던 호텔아트페어들마저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심지어 부스 장사만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올 정도다. 미술시장의 다양화 차원에서 호텔아트페어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모색할 시점이다.

호텔아트페어는 기존의 큰 아트페어가 있는 시기에 위성 아트페어로 시작됐다. 부족한 경력이나 참가비 부담 등의 이유로 아직 더 큰 페어에 참여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갤러리와 작가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미술 시장에 자신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젊은 작가나 미디어 작품과 같이 좀 더 판매하기 어려운 분야가 호텔페어의 중심 내용 중 하나가 됐다. 이미 성공한 아트페어로 자리 잡은 스콥아트페어도 첫회는 호텔아트페어로 시작됐다.

호텔 객실에서 진행되는 호텔아트페어는 기존의 화이트 큐브 형식의 전시와 비교하였을 때 못 등을 사용할 수 없다거나 룸 안에 이미 자리한 가구 등 여러 가지 집기 때문에 작품의 설치가 용이하지 않다. 그럼에도 왜 호텔아트페어인가. 기존 호텔아트페어를 주관하는 이들은 “기존의 화이트 큐브에서와는 달리 가구 등이 이미 자리한 룸에서 전시되기 때문에 집에 작품이 걸렸을 때의 느낌을 알 수 있는 시뮬레이션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많은 미술계인사들은 ‘과연 그것이 호텔아트페어의 유일한 혹은 가장 중요한 차별화 이유일까’ 반문한다. 사실 현장에서의 느낌도 거리가 있다.

호텔아트페어에 참여했던 한 화랑 관계자는 “솔직히 호화로운 공간으로 홍보된 호텔의 이미지에 편승해 덕을 좀 보자는 심리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호텔아트페어가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을 잃어 가고 있다는 얘기다. 호텔아트페어는 호화로운 공간에서 전시하기 위함이 아니고,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갤러리와 작가가 컬렉터와 소통을 위한 자구책이었다. 큰 아트페어 참가비 부담 해소와 숙박 등의 비용 절감을 하려는 보다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 시작됐다.

한국미술시장의 여건상 호텔아트페어가 위성아트페어로의 성격을 유지하기는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다. 그렇더라도 호텔아트페어의 장점은 살려나가야 한다는게 미술계의 중론이다. 관람객 확보의 유리함과 호텔 방을 부스로 대용하는 여건의 특수성으로 큰 작품보다는 작은 소품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용이하다.

홍익대 정연심 교수(예술학과)는 “모양새만 호텔아트페어 형식을 취하고, 기존의 컨벤션 홀에서의 전시를 그대로 호텔로 옮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호텔아트페어가 그간 주력하여 강조해온, 집에서 작품이 걸렸을 때의 느낌을 볼 수 있는 것에 장점이 있다면 여기에 적합한 작품들을 선정하고, 대중과의 소통의 기회를 갖지 못한 미래가치가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은 소품이 주류를 이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분명 젊은 작가에 관한 지원이자 한국 미술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미술시장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보가 공유되고 기호가 다양한 시대에선 이에 걸맞게 미술시장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의 이름만 보고 하는 투기성 컬렉션만이 존재하는 미술시장은 더 이상 나갈곳이 없다는 결론이다.

아트페어의 특화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필요하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아트: 광주:11(art:gwangju)’가 실험적이고 공공성을 강조한 국제아트페어로 새롭게 거듭나려는 움직임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9월 1일부터 4일까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아트 광주는 ‘좋은 작가들의 작품을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개념의 ‘뮤지엄 아웃렛’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의 아트페어에서 한 번도 초청되지 않았던 비영리 대안공간들과 미술관들이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 낸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공공성이 가미된 아트페어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현재 아시아권에는 없는 미디어 아트페어의 개념을 접목해 국내외의 역량 있고 실험적인 갤러리들이 추천하는 비디오 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비디오렛(Videolet)’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11월 25∼27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개최되는 도어즈 아트페어도 호텔아트페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2회째를 맞고 있는 도어즈 아트페어는 젊은 작가위주로 집에 걸기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작품 가격도 300만∼500만원대다. 뚜렷한 개성 없이 규모의 확장에만 주력해온 아트페어와 성격을 달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연심 교수는 “아트페어의 제1 덕목은 새로운 컬렉터 발굴”이라며 “컬렉터에게 자신의 취향과 감성에 맞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바람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이름과 장소만 달리하는 아트페어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